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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ing culture

일타스캔들, 종영 후 찾아온 마약 같은 양희승 작가에 대한 그리움

by life is goguma 202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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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후 새삼 그 빈자리가 느껴지는 드라마. 한 주 한주 챙겨보는 재미가 있었다.

즐겁게 봤었던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아는 와이프〉, 〈한 번 다녀왔습니다〉 를 집필한 양희승 작가의 개인적 팬이어서 기대했던 드라마였다. 다행히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양희승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의 드라마는 맛있는 집밥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집밥이지만 그 안에는 건강한 맛이 있다. 양희승 작가가 추구하는 맛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바른 삶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는 자세 등이 들어가 있다. 재벌과 출생의 비밀 등의 진부한 모티브 보다는 그냥 주변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어서 느껴지는 맛일지도 모르겠다. 그 맛 때문인지 그녀의 작품을 보면 가슴에 따뜻한 온기로 채워지는 듯하다.

처음 작가 때문에 보기 시작한 이 드라마는 남행선과 최치열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사랑으로 끝난다. 진짜 어른 최치열과 삶의 무게를 피하지 않고 버티는 국가대표 희망 아이콘 남행선. 그리고 그 캐릭터에 완벽이란 옷을 입힌 전도연과 정경호의 연기.

사랑스럽고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전도연, 전도연이 좋은 것은 그녀가 내뿜는 에너지가 인공적이지 않아서이다. 매일 집앞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통해 얻어낸 몸매와 특별히 손을 대지 않는 자연미인 같은 얼굴. 연기 이외에 특별한 스캔들을 만들지 않는 꾸준한 그녀가 좋다. 그러나 꽤 안타깝게도 최근에 작업한 <길복순>은 그녀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소재의 자극성과 성공공식만을 쫒는 스토리,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변신 없는 고루함으로 인해 빛을 잃긴 했다.

오랫동안 소녀시대 수영과 이어온 사랑 정경호. 굉장히 가벼울 거 같은 그의 외모와는 다르게 진중하게 여러 작품을 해내는 성실함이 좋은 배우다. 그러나 <압꾸정>에서 연기는 좋았으나 이상하게 어수선한 영화여서 약간 B급의 향이 느껴졌다. 그래도 재미있게 보기는 했다. 정경호라는 배우 자체가 실험을 많이 하는 배우이고 성공만을 쫒는 배우가 아니다 보니 <압꾸정>이라는 영화에 출연한 것도 별로 의외지 않았다. 그래서 정경호란 배우가 좋다. 특히 <일타스캔들>에서는 진짜 1타 강사처럼 느껴지는 여유로운 연기와 50대의 선배와의 로맨스도 그의 성숙한 연기로 나이차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면 <더 글로리>에서 송혜교와 김도현 커플의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로맨스조차 상대배우와의 갭을 줄이려는 배우의 능력치로 커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일타스캔들>에서의 전도연과 정경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연기에 대해 진심인 두 배우를 만나서 꽃이 핀 양희승 작가의 필력이 너무 좋았던 드라마. 결말에 대한 부정적 얘기들이 많았지만, 결말은 작가만이 풀 수 있는 주관식이니까. 어떤 해법으로 풀어내든 그것은 작가의 몫인 거 같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소심한 박보영에게, 
<아는 와이프>에서는 한지민에게,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이초이에게
<일타스캔들>의 전도연에게 감정이입을 했었다.
처음엔 삶이 좀 어려웠으나 바르게 살아가면서 뒤에 멋진 사람으로 거듭나는 캐릭터
지금 삶이 좀 지치고 자존감이 떨어졌으나 꿋꿋이 이겨내면 나도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힘을 주는 캐릭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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