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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ing culture

비밀의 숲 이수연작가 대본집을 읽고

by life is goguma 2023.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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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사를 읽다보면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정의로운 검사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다보니 갑자기 비밀의 숲 드라마가 떠올랐다.
인생 드라마 중 하나였는데, 다시 보자니 엄두가 안났다.
그래서 이수연작가 대본집으로 출간된 비밀의 숲 2권을 읽었다.

드라마를 직접 보는 거와 책으로 읽는 것은 좀 느낌이 다르다. 일단 드라마로 보는 것은 영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상상의 여지가 줄어든다.

대본집은 상상의 여백이 아주 넓다. 그나마 드라마를 미리 봤으니까 나았겠지, 만약 대본집을 먼저 봤다면 사뭇 다른 드라마를 상상했을 수도 있겠다.

대본집을 읽고 나니 배우와 감독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알 거 같다. 이 대사 문자 하나하나에 현실감을 불어넣었으니 말이다.

드라마를 여러 번 반복해서 봐서인지 조승우의 톤과 배두나의 톤으로 대사가 읽혔다. 이수연작가가 대단한 것이 여러번 드라마를 봤으나 질리지 않았고, 볼 때마다 지나쳤던 실마리들이 이해되곤 하였다.

대본집을 읽다보니 드라마 때는 그냥 흘려보냈던 대사들이 있었다.
비밀의 숲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대한 생각거리

1.
조승우가 연기했던 주인공 황시목 검사가 느끼는 검찰에 대한 회의감.
왼손에 쥔 칼로 제 오른팔을 자를 만큼 정의로운 집단이 아니라는 불신감.
검사 동료의 범죄에는 한없이 관대한 수사나 수사조차 시작하지 않는 선택적 수사를 목격했고,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지만 바뀌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시로 수사의 잣대가 뒤바뀌는 작금의 검찰 조직 내 맹목적 정권바라기들의 승승장구에 눈살 찌푸리기도 했다.

2.
배두나가 연기했던 한여진은 정의로운 경찰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피의자를 구타하는 경찰동료들을 접하며 놀란다.
경찰 윤리헌장 '우리는 정의의 이름으로 진실을 추구하며 어떠한 불의나 불법과도 타협하지 않는 의로운 경찰이다' 속 경찰은 진정 없을까 우려했지만 한여진을 통해 그나마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3.
썩은 검찰, 부패한 경찰 그리고 그들의 힘에 기생하는 건설업자의 탐욕.
이런 파괴된 시스템은 복구될 수 있을까?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라고 했는데, 자살한 이창준(유재명)과 같은 양심의 피를 통해  재건되리라 믿어본다. 작가의 말처럼 이 피는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도 역사에서 증명하듯 수없이 희생의 피가 이상적 시스템 건설의 제물로 바쳐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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