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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ing culture

영화 세자매, 김신영, 문소리, 장윤주의 연기에 감탄하다.

by life is goguma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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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하나에 여자 자매 3명,
1남 5녀인 우리 집이 연상되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 부모님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가정폭력이 아이들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가 아닌가 싶다.
가정폭력은 단순히 한 가정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일단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와 그를 둘러싼 형제자매 또 그들이 소속될 또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 결국 사회에도 커다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방관하지 말고 국가가 나서서 엄중한 처벌을 해야만 한다.

이 영화 처음은 정말 이상하다.
등장인물들이 평범한 사람들인데 불편하다 싶을 정도로 뭔가 평범하지 않다.
김선영이 연기한 늘 미안해하는 큰 딸,
문소리가 연기한 똑부러지게 살아가는 거 같지만 뭔가 삭막한 둘째 딸,
장윤주가 연기한 본인을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인생을 돌보지 않는 막내딸
이 세 자매를 역할에 몰입해서, 그 역 자체처럼 너무도 잘 연기하는 세 배우 김신영, 문소리, 장윤주에 대해 극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처음에 이상하게만 느껴졌던 그들의 삶이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못하게 된 원인을 알게 되면, 앞에서 보여줬던 이해 안 되는, 조금은 불편하기까지 한 설정들이 너무도 이해가 되고 가슴이 아파온다.
그들이 느꼈을 삶의 무게.
그리고 그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견뎌내고 있었다는 것.

망나니 딸과 말도 안되게 무례한 남편을 참아내는 큰 딸,
배우자의 불륜 앞에서 무섭도록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둘째 딸,
알코올 의존증인 본인을 감싸는 착한 남편에게 돈 때문에 결혼하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막내딸
이들은 상처였던 가정에서 자라, 평범한 가정을 겪어보지 않아서, 어떤 방식으로 가정을 이뤄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각자의 가정에서
화를 낼 줄 모르는 큰 딸,
가식으로 만들어진 모래성 같은 가정을 지켜내려하는 둘째 딸,
받기만 하고 주는 법을 모르는 막내 딸이 된 것이다.

빨간 경고등이 켜진 가정의 공기를 바꾸지 못해 벌어지는 상처들
가정에 상처가 있었던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아마 그들은 문소리의 대사에 대리만족을 느낄 것이다.
"아버지, 사과하세요! 목사님께 말고 우리에게 사과하세요!"

혹시라도 육체적으로 언어적으로 폭력의 경험이 있는 부모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더 와닿았던 영화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의 무게감은 어떤 것에도 비유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그 무게감을 너무도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인해서 상처받는 아이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나도 가끔은 부모라는 사실이 고마우면서도 무서울 때가 있다. 내가 무의식 중에 했던 잘못된 말과 행동으로 인해서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 앞에서는 뭐든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과 고민들은 아이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내 삶도 좀 더 성숙해 간다는 점에서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지금의 나와 싱글이었을 때의 나는 분명 생각의 넓이가 천지 차이이다.

싱글이었을 때의 나와 부모가 된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싫은 것도 아이를 위해서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싫어하는 음식도 아이들이 좋아하면 먹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미뤄 둘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억울하기도 하다. 맘대로 살 수 없는 삶이니까. 그러나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 그 억울함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이상하게도 그렇다.

아들러의 심리학처럼 가정폭력을 겪은 아이들이 자기 의지에 의해 성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아니 밑으로 가라앉으려하는 운명을 거슬러 더 성공했으면 좋겠다. 어떤 식으로든 그 무서운 그림자가 다시 그 자식들에게 복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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